
러시아 작가주의 영화의 전통을 잇는 알렉산드르 소쿠로프에 관한 입문서
서문을 대신한 1편의 글과 알렉산드르 소쿠로프의 삶과 작품을 다룬 9편의 글로 구성된 이 책은 감독 이전의 알렉산드르 소쿠로프의 삶의 궤적에 대한 추적에서 시작한다. 감독이 된 후 그가 연출한 작품을 이해하는 시발점이 바로 감독 이전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서는 역사를 비롯한 철학, 문헌학 등 인문학을 필수적으로 배워야 한다”라고 말하는 소쿠로프의 신념과 19세기 러시아와 유럽의 문학, 클래식 음악과 회화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소쿠로프의 소양은 ‘1장 영화, 또 하나의 삶: 알렉산드르 소쿠로프의 삶과 영화’를 잇는 여덟 편의 글을 통해 뚜렷이 확인된다.
소쿠로프는 <인간의 외로운 목소리>를 연출한 이래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영화를 넘나들며 ‘엘레지’, ‘죽음 3부작’, ‘권력 4부작’ 및 <러시아 방주> 등을 통해 러시아라는 문화의 유산, 예술과 예술가, 삶과 죽음, 절대적인 권력자의 표상을 빌려 영화적 ‘역사’를 구축해왔다. 시장 원리와의 타협을 거부하며 러시아 작가주의의 전통을 잇고 있는 소쿠로프의 영화는 대중에게는 다소 어려운 영화로 인식될 수 있다. 그런 까닭에 베니스 국제영화제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낯선 인물이 되어버렸다.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그의 회고전에 맞춰 발간되는 이 책은, 알렉산드르 소쿠로프라는 인간의 의식과 내면세계에 주목하는 영화감독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