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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8. 세계일보]
[극동시베리아 콜리마대로를 가다] 극한의 땅 2032km ‘뼈 위의 도로’ 위에도 삶은 흐른다
콜리마대로는 러시아연방 사하공화국 수도 야쿠츠크에서 마가단에 이르는 2032㎞의 러시아연방 국도를 말한다. 사하공화국은 러시아연방을 구성하는 22개 민족 단위 공화국 중 하나다. 극동시베리아에 있는 사하공화국은 크기가 한국의 30배에 이르지만 살고 있는 사람은 100만명 밖에 안 된다. 사하인인 야쿠트인들이 주를 이루고, 러시아인과 퉁구스계 소수민족 에벤, 에벤키족들도 같이 살고 있다. 이 지역에 한때 영하 72도를 기록한 극한의 땅 오이먀콘이 있다. 콜리마대로는 사하공화국의 니즈니 베스탸흐, 한디가, 톰토르, 우스티-네라를 거쳐 마가단주의 수수만, 야고드노예, 팔랏카, 마가단으로 이어진다. 이 대로는 세계 5대강 중 하나인 레나강을 비롯하여 알단강, 인디기르카강, 콜리마강을 가로지른다.
콜리마대로는 소련 시절 스탈린에 의해 건설됐다. 이 공사엔 수백만명의 정치범들이 동원되고 희생됐다. 1940년부터 진행된 콜리마대로 공사에 연인원 70여만명이 투입됐고, 이 중 2만7000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도로 공사 중 죽은 이들을 그대로 묻어, 지역민들은 이 도로를 ‘뼈 위의 도로’로 부른다. 지구상에서 가장 격리된 지역 중 하나인 마가단을 연결하는 도로를 조성하다 죽은 수많은 강제수용 노동자들이 이 도로 밑에 묻혀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 소개된 샬라모프의 ‘콜리마 이야기’로 알려진 이 지역을 방문해 역사의 현장을 확인해 보고자했다. 콜리마대로에 아로새겨진 스탈린 시대의 정치적 박해에 대한 기억의 문제는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의 정체성 확립 과정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한국외국어대 러시아연구소의 콜리마대로 학술탐사팀은 7월 24일부터 8월 3일까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러시아 북동연방대와 공동으로 ‘뼈 위의 도로’를 자동차로 관통하면서 이 지역이 가진 역사적, 지리적 의미와 러시아연방 소수민족의 삶을 들여다봤다.
탐사 첫날 야쿠츠크에서 출발해 레나강을 건넜다. 자동차는 새벽 일찍 바지선을 타고 강 건너에서 일행을 기다렸다. 우리 일행은 수상택시를 타고 건넜다. 레나강을 건너면 바로 니즈니 베스탸흐이다. 세계 최북단 철도역으로, 시베리아 북부의 물류기지로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이 지역은 메기노-칸갈라스에 속한다. 영토가 남한만큼 크지만 인구는 3만명 조금 넘는다. 추랍차를 지나면 탓타다. 전형적인 야쿠트인 농촌지역이다. 너른 들판에는 말과 소가 방목하는 광경이 이어진다.
강덕수 한국외국어대학교 부총장, 러시아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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