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13일(월)에서 12월 20일(수)까지 총 8회에 걸쳐 서울 서초구립 반포도서관에서 온라인 인문강좌를 개최했다. 한국연구재단 HK+ 프로젝트 지역인문학센터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한 이번 강좌에서 서울대 백승무 교수와 윤서현 박사가 각각 네 차례씩 강의했다.
백승무 교수는 “체호프의 심리 테라피: 사랑하라, 용서하라!”라는 주제로 강의를 진행하면서, 체호프의 4대 장막극에 포함된 핵심 내용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고, 구체적으로 삶의 무의미와 지식인의 고립을 다루는 [바냐 외삼촌], 부성부재의 좌절과 파탄을 그리는 [갈매기], 잔혹한 시간과 떠밀려진 삶을 묘파하는 [세 자매], 역사적 시간과 세대의 몰락을 그리는 [벚꽃동산]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백 교수는 체호프가 말하길, “진짜 사랑을 해보기 전에는 나도 사랑을 다 알고 있는 줄 착각했다. 삶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진짜 삶을 살기 전에는 삶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삶 앞에서 겸손해지길 권한다. 그렇게 삶 앞에 고개를 숙였을 때 사랑도 할 수 있고, 자기 자신도 용서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고, 체호프의 4대 장막극을 통해 겸손해지는 삶, 사랑하고 용서하는 삶을 체험해보자고 강조했다.
윤서현 박사는 “러시아 소설 읽기: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라는 주제로 강의를 진행하면서 러시아 고전 소설 속 인물들의 모습에서 동시대인들과 우리의 유사한 지점을 찾아보고 이 과정을 통해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인간 본질에 접근해 보고자 했다. 구체적으로 윤 박사는 첫 강의 “고골 <외투>: 아껴본 자”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밤에 유혹된 9등 문관의 외투 구입기 속에 나타난 우리의 욕망을 들여다보고, 두 번째 강의 “도스토옙스키 <지하생활자의 수기>: 자의식에 눌린 자”에서 자격지심과 과대망상으로 가득한 한 인물의 모습을 통해 인간이 갖고 있는 사고의 폐쇄성을 살펴봤다. 세 번째 강의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모 아니면 도’인 자”에서는 안나 카레니나와 콘스탄틴 료빈 등의 모습 속에서 거짓 없는 삶의 의미를 고찰해봤으며, 마지막 네 번째 강의 “체호프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살아지는 대로 살아온 자”에서는 진부한 일상다반사 속에서 인간 본질에 대한 진리가 드러나는 순간들을 포착해 봤다.
온라인 강의가 던지는 어색함과 불편함의 한계를 채팅창의 활발한 질의응답으로 승화시켰다고 생각한 이번 행사에서 강좌 참석자 모두 후속 강좌를 빠른 시일 안에 개설해줄 것을 요청할 정도 성황리에 잘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