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연구소(소장 최우익)는 9월 19일(금), (사)유라시아정책연구원(원장 서동주), (사)RIO Institute(대표 이대식)와 함께 한국외국어대학교 미네르바콤플렉스 국제회의실에서 한러 수교 35주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을 맞이하여 공동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했다.
최우익 러시아연구소 소장의 개회사, 김춘식 한국외대 부총장의 환영사, 이인영 국회의원의 축사, 서동주 (사)유라시아정책연구원 원장의 축사, 이대식 (사)RIO Institute 대표의 축사, 지노비예프 주한러시아 대사의 기조연설로 시작된 이번 학술회의는 ‘한러 관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주제로,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전후의 역사에서부터 현재까지 한국과 러시아 관계를 통시적인 관점에서 조명해 보고 한러 관계의 발전적 미래를 지향하는 의미를 담았다.
학술회의의 첫 번째는 러시아연구소 패널로서 황성우의 ‘러시아의 길: 반서구 담론에서 국가문명 담론으로’, 김현진의 ‘전쟁 이후 러시아에서의 한국기업 철수와 재진입 가능성’, 김선래의 ‘러시아-조지아 양국의 갈등과 협력: 여론과 대외정책 인식을 중심으로’라는 주제가 발표되었다. 이 패널의 발표자들은 ‘21세기 국제질서와 러시아의 길’이라는 주제를 통해서 러시아의 입장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우크라이나 종전 후 한러 협력 방안을 주제로 진행된 라운드테이블에서는 임명묵(칼럼니스트), 최수범(한국북극항로협회), 최영인(케이마쉬 대표), 고주영(한국외대)이 참여하여 유라시아지정학, 에너지, 우주, 북극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세 번째 학술회의는 (사)유라시아정책연구원 패널로서 곽성웅(배재대)의 ‘한·러 정치외교분야 35년의 평가와 과제’, 정선미(한국외대)의 ‘한·러 경제관계 35년의 평가와 과제’, 송정수(중앙대)의 ‘한·러 사회문화분야 35년의 평가와 과제’라는 주제가 발표되었다. 이 패널의 발표자들은 ‘한·러 관계 35년: 평가와 과제’ 주제를 통해서 한러 관계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네 번째 학술회의는 해외 학자 패널로서 류한수(상명대)의 ‘진흙발의 거상? 붉은 스팀롤러? : 제2차 세계대전 시기 붉은 군대의 실상과 허상’, Sabitov Zhaxylyk M(국립 구밀료프 유라시아 대)의 ‘현대 카자흐스탄에서의 대조국전쟁(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인식’, Kirill Barsky(MGIMO)의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과 일본에 대한 승리의 결정적 요인으로서 소련의 상호 보완적인 군사 및 외교 전략’이라는 주제가 발표되었다. 이 패널의 발표자들은 ‘제2차 세계대전 시기 소련의 역할’ 주제를 통해서 2차 세계대전에서 소련군의 실상, 군사 및 외교 전략, 전쟁에 대한 인식에 대해 발표했다.
지노비예프 러시아 대사와 바르스키 교수(MGIMO)는 2차대전 말기 일본의 항복을 이끌어 낸 결정적 원인에 대해 통상적으로 학계에 알려진 것과 달리 원자폭탄 투하는 실제로는 군사적 의미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대신 소련군의 만주 관동군 공격이 일본 항복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입장이다.
지노비예프 러시아 대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의 역할을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소련은 나치 독일과 그 휘하 위성국들이 가한 주요한 공격을 온몸으로 막아내었고, 나치즘에 맞서 저항하고 격파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또한, 관동군과의 전투가 치러진 세 전선과 한반도에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소련군은 일본이 연합국과의 장기간에 걸친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지속하기 위해 준비하던 핵심 요소인 당시 대륙 최대 규모의 군집단과 중요한 군수·자원 기반을 없앴다.
지노비예프 러시아 대사의 기조연설에서 언급한 국내에서 당시 소련군의 만주 관동군 공격에 대해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소련군의 기여점 중 하나는 소련군이 만주 일본군을 공격함으로써 그 지역에서 대량 살상무기 중 하나인 생물학무기를 개발하던 연구소의 활동을 중단시켰다는 점이다.
류한수 교수는 그동안 2차대전 말기 극동에서 소련군 역할에 대해 그동안 한국에서 평가절하 해온 이유로 한국의 루소포비아 정서, 일제강점기 시기 일본의 친독일정서가 당시 한국민에게 유입된 것, 한국전쟁 이후 반공이데올로기, 한국 내 군사사에 대한 관심 저조 등을 꼽았다.
이인영 국회의원은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한러 관계에도 적지 않은 어려움을 가져왔지만, 전쟁이 끝난 뒤 한러 양국은 경제 협력을 복원하고 더욱 넓혀야 하며, 북극항로 공동 개발, 북방 물류 네트워크, 에너지와 과학기술 협력 등 양국이 함께 전략적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연구소 최우익 소장은 한반도와 동북아는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과거의 경험을 냉철히 성찰하고, 현대의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며,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할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교착된 한러 관계에서 제2차 세계대전을 재조명해 보고 한러 관계 개선을 위해 국내외 러시아 전문가들이 토론하는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학술회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