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원흉’ 푸틴, 퇴출 가능성 0%?...러 국민은 왜 독재자를 지지하나 [한중일 톺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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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재 기자 shishis111@mk.co.kr
입력 : 2023-03-05 06:01:00 수정 : 2023-03-06 11:13:58
[인터뷰 4-2] 한국외대 러시아 연구소 김선래 교수
2004년 푸틴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전 소련 서기장. 고르바초프는 과거 “푸틴의 자신감 과잉이 그를 파멸로 이끌 수 있다”며 우려하기도 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입장이 팽팽이 맞서며 전쟁이 끝날 기미가 안보이고 있습니다.1년 넘게 진행중인 열전은 수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내면서 전세계를 깊은 수렁에 빠뜨리는 형국입니다. 인플레 등 러시아의 침공으로 초래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은 이역만리 떨어져 있는 한국인들도 괴롭히고 있죠.
지도자의 오판 때문에 러시아 국민들은 서방의 각종 제재와 세계시민들로부터 공공의 적에 가까운 냉대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런 일이 한국에서 발생했다면 응당 지도자에 대한 지지율은 바닥을 기었을 뿐 아니라 벌써 들고 일어나 온전히 자리를 보전할 수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국내 러시아 전문가들은 여전히 푸틴 대통령이 축출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그리고 그 요인중 하나로 그에 대한 공고한 지지율이 언급 됩니다. ‘침공과 비극의 원흉’ 푸틴을 러시아인들은 왜 지지하는 걸까요. 또 한국은 미국과 극도로 대립하고 있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가는게 좋을까요. 한국외대 러시아 연구소 김선래 교수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발췌.
Q.러 국민들은 푸틴을 왜 지지하나? 실각 가능성은 없나?
A: 일단, 서구학자들이 이야기 하는 것을 들어봐도 푸틴이 실각할 가능성은 없고, 대체할 만한 러시아 지도자도 없다고들 이야기 합니다. 푸틴이 계속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요인은 먼저 러시아 민주주의 자체가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푸틴은 러시아에 제도적 민주주의를 정착시킨 사람입니다. 물론 선거가 공정하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 민주주의는 아닙니다. 러시아도 다당제고 형식적으론 민주주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일당이 독재를 하는거나 마찬가지인 상황인데요. 그런데 러시아 국민들은 또 다수가 푸틴의 집권여당을 찍습니다. 푸틴을 대체할 만한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러시아 언론의 편향성이나 정보통제도 있지만, 레바다센터에 따르면 푸틴 지지율은 60%에서 많게는 80%를 왔다갔다 합니다. 비교적 독립적인 여론조사에서도 이렇게 나옵니다. 지난해 전쟁이 터지고 난 직후 지지율이 80%대까지 올랐다가 부분 동원령 나오면서 다시 70%정도로 떨어진적도 있습니다. 그래도 매우 높은 거죠.
푸틴을 지지하는 러시아 국민들의 속내는 복잡합니다. 저는 러시아 국민들이 푸틴을 좋아하면서도 두려워한다고 봅니다. 소련 붕괴 이후 혼란에 빠졌던 러시아가 푸틴이 집권하면서 안정을 찾았었고 20년 넘게 집권하는 동안 러시아가 발전했고 군사력도 나름 강화됐다고 보기 때문이에요.
특히,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푸틴이 과거의 강한 러시아를 재건하겠다는 목표를 강조하고 이에 대해 러시아 국민들이 대리만족을 느끼고 지지를 보냈던 거죠. 전쟁의 고통이 러시아 시민들 삶속에 깊게 파고들어 정말 견디기 어려워질 경우 민심 이반이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아직 푸틴이 실각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물러난다 해도 당연히 후계자를 지정하고 나갈거라고 생각합니다.
Q.러시아인들은 이 전쟁을 어떻게 보고 있나?
A:러시아인들 사이에선 예전부터 미국이 이 전쟁에 깊숙이 개입해 왔으며 우크라는 대리인일 뿐이라는 인식이 광범위 합니다. 러시아 당국의 프로파간다라고 할 수도 있죠. 왜냐면 전쟁을 수행하려면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야 되기 때문에 푸틴은 러시아가 친척 관계이자 약소국인 우크라를 혼내는 게 아니라, 미국과 싸우는 것이라고 계속 주입시켜 왔어요. 그래서 러시아 국민 대다수가 이 전쟁을 러시아의 서방에 대한 고독한 전쟁 구도로 보고 있는 거고, 이것이 또 푸틴에 대한 지지율로 이어지고 있는 거죠.
앞서 말했듯이 부분 동원령이 내려지면서 푸틴 지지율이 떨어진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많은 러시아인들이 여전히 푸틴을 지지하고 전쟁을 찬성하는 이유는 미국, 즉 서방과의 전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겁니다.
러시아인들은 서방이 지속적으로 자신들을 고립시키고 약화시키려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소련 붕괴 이후부터 그렇게 러시아인들의 뇌리에 각인이 돼 있어요. 러시아는 서방세계에 포위된 국가라고요. 특히 러시아는 상류층 보다도 중간 엘리트층이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러시아는 중간 엘리트들이 가장 중요한 나라고 집단주의가 강한 나라인데, 이들의 생각이 이렇다 보니 이걸 변화시키기는 힘듭니다.
Q. 러시아는 자원 부국이고 군사기술강국 이라는데, 경제는 왜 그리 취약한건가?
A: 일단 러시아가 첨단 제조업 분야 기술력이 없습니다. 기술이 없는 상태에서 지금 서방의 제재를 받는 것이라 러시아 경제는 결국 꺾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 동안 러시아 경제가 서방 기술력에 의존해 그래도 발전해 온 건데, 지금 서방 기업들이 러시아에서 다 빠져나왔잖아요. 서방이 러시아와 완전히 단절되게 되면 앞으로 어디서 기술을 받아 경제를 발전 시킬 것인지 큰 의문점이 생길수 밖에 없죠.
사실 이런 공급망 문제 때문에 러시아도 2014년 부터 내수산업을 증진시키고 수입대체 산업을 발전시키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이때 돈바스 내전 사태가 터졌고 이미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시작됐죠. 지난 8년간 러시아가 노력했지만 별 성과가 없습니다. 기술력 부재때문이에요. 첨단 기술력이 10년, 20년 만에 극복할 수 있는게 아니거든요. 이대로 라면 러시아 경제가 오래 버티지 못할 겁니다.
그래서 미국이 지금 기술패권을 갖고 향후 세계를 주도하겠다는 건데,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저는미국의 전략이 성공할 수 밖에 없고러시아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치고 들어간 것이라고 봅니다. 제가 향후 50년 이상 미국이 세계 질서를 계속 주도할 수밖에 없다고 보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Q.전쟁이 한-러 관계엔 어떤 영향을 미쳤나?
A: 지난해 양국이수교 이래 가장 안좋은 해였습니다. 한국이 대 러 제재에 동참 했고 러시아는 한국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했죠. 그래서 정부 고위급 인사공식회담 같은 건 단절된 상태 입니다. 물론 비정부 차원의 학술이나 문화적 교류는 있지만요. 또 직항로가 폐쇄되면서 지금 한국에서 러시아를 갈 수 있는 비행편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중앙아시아나 중동 같은 3국을 경유해 들어가야 돼요.
사실 러시아 입장에선 한국 하고 척 질 일은 없습니다. 한국 역시 러시아와 굳이 척 질 이유는 없지만, 미국의 입장을 고려해야하죠. 러시아는 이걸 이해한다면서도 선을 넘지 말아달라고 합니다. 그러면 우린 항상 한국을 환영한다는 입장입니다. 실제로 전쟁 전에 문체부 여론조사에서 러 국민들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