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 전쟁 배경과 美中 의도는
한반도 평화구축에도 시사점
한반도 평화구축에도 시사점
러시아 대외관계 전문가로 저자중 한명인 김선래 한국외대 러시아연구소 HK연구교수는 이번 전쟁이 미국과 러시아 간에 계획된 대리전이라고 평가한다. 그는 책에서 '이번 전쟁은 미국과 러시아가 사전에 준비한 시나리오에 의하여 전개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세계질서 재편을 놓고 벌어지는 단층선 상에 놓여있었던 우크라이나가 그 희생양이 될 것'이라고 썼다. 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위해 미국 하원이 '무기대여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은 대리전의 증거 중 하나다. 김 교수는 '무기대여법은 미군이 직접 전쟁에 참가하지 않고 우크라이나군을 무장시켜 러시아와 전쟁하게 하는 우회적 전쟁 개입 방식'이라며 '핵무기를 제외한 모든 전쟁물자를 제공하는 무기대여법은 나토와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깊숙이 개입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이번 전쟁에 따른 국제정세 전망에 대해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에 평화협정 성사 여부와 관계없이 미국은 러시아 포위전략을 강화할 것이고, 전세계는 권위주의 국가그룹과 자유민주주의 국가그룹으로 급속한 분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책 서문에서도 이번 전쟁을 전후해 미국과 러시아의 세계 전략이 잘 요약돼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리는 우선 러시아를 파괴해야 한다. 러시아를 없애고 중국을 고립시킨 다음, 주적인 중국을 대적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미국과 러시아의 대결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결과 여부와 상관없이 지속될 것이고, 양 진영 사이에서 우크라이나는 냉전 초기 한국과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게 서문에 나와있는 저자들의 견해다. 반면 러시아는 국제적 고립을 극복하기 위해 서방의 분열을 시도할 것인데 강화된 에너지 무기화가 그 전략중 하나다. 에너지 통제는 석유·가스 가격의 상승과 공급망 단절로 이어져 서방에 피해를 줌으로써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에 따라 유럽 국가들을 분열시킬 수 있다.
이 책에는 이번 전쟁을 일으킨 배경에 대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입장이 균형있게 설명돼있다. 특히 최근 우크라이나 집권세력인 포로셴코와 젤렌스키 정권이 반러 감정을 크게 확산시켜 러시아의 침공을 불러왔다는 점을 언급함으로써 기존에 러시아에 대한 일방적인 비판적 보도 내용에 대해 고찰해보게 만든다. 예컨대 포로셴코 전 대통령은 방송 채널과 중등학교에서 우크라이나어 사용을 금지했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헌법에 유럽연합(EU)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조항을 삽입했다.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세력인 아조우 연대가 돈바스 지역에서 러시아인들을 상대로 극심한 범죄행위를 저질렀지만 우크라이나 정부는 눈을 감았다. 젤렌스키는 전쟁 직전 민스크협정을 지키지 않고 동부 지역을 무력 점령하려고 했다. 이런 우크라이나 정부의 자극적인 행동이 러시아의 도발을 불러온 요인중 하나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 책은 강대국에 둘러싸인 한반도와 우크라이나가 지정학적으로 유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어떻게 항국적인 평화 구축에 나설지 고민하는데도 유용한 책이다. 이번 전쟁을 둘러싼 주요국들의 전략전 각축과 미래 글로벌 판도를 알고 싶다고 일독을 권한다.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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