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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기사] `BRICS`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매일경제(2011.04.19)


지난 14일 중국 하이난다오 싼야에서 `미래의 전망, 함께 번영을 누리다`라는 의제로 제3차 브릭스(BRI CS ) 정상회의가 열렸다. 2009년 러시아의 예카테린부르크, 2010년 브라질의 브라질리아에 이어 개최된 이번 정상회의에 세계의 시선이 집중된 이유는 크게 다음 세 가지 요인 때문이다.

첫째는 중국 정부가 이번 브릭스 정상회담을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보아오포럼(14~16일)과 연동시켜 열었고, 둘째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기존 회원국에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새롭게 가세함으로써 `BRICs`가 `BRI CS `로 외연이 확대됐으며, 셋째는 브릭스가 점차 진용을 갖춰 가며 선진 7개국(G7)에 조직적으로 대항하는 세계 정치ㆍ경제질서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3차 회의에서 브릭스 5개국 정상은 역내 국가들 간의 협력을 위한 다양한 현안을 논의하는 가운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등 기존 국제 정치ㆍ경제기구에 대한 개혁안을 내놓았고, 리비아에 대한 서방의 군사 개입을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또 `탈(脫)달러`를 선언해 미국의 달러 기축통화 체제를 흔들었다.

3차 브릭스 정상회담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세계는 지금 세력 전이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미국으로 대표되는 서방 선진국으로부터 브릭스로의 힘과 경제력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이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비하고 있는가. 아직도 우리 사회는 브릭스를 경제적 관점, 특히 떠오르는 신흥시장 정도로만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브릭스가 지닌 잠재적, 현실적 국력의 현주소를 제대로 인식할 때 이들 국가가 한국에 주는 의미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다.

브릭스 5개국은 이머징마켓으로서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지만 사실 영토 대국 자원 부국, 인구강국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국제정치적으로는 남미,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다극적 세계의 독자적 중심부 세력이기도 하다. 이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고, 브라질 인도 남아공은 안보리의 확대 개편 시 상임이사국으로의 진입이 유력한 후보군이다.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8%, 육지 면적의 30%, 인구의 43%를 차지하는 브릭스의 부상과 정상회담의 정례화를 통한 반서구 연합세력의 결속력 강화는 서방 선진국 중심의 정치ㆍ경제질서의 점진적 해체를 의미한다. 2001년 세계적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의해 회자되기 시작할 당시만 해도 브릭스는 경제적 `신화`였지만 이 신화가 점차 국제질서의 패러다임을 뒤바꾸는 정치적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글로벌 패권지도의 변화는 한국에 새로운 국제적 환경 적응을 위한 대응책 강구를 요구한다. 브릭스는  자원 의 안정적 확보와 거대한 신흥시장 개척 측면에서 한국 경제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서 기회를 제공하지만 글로벌 리더 국가로서 한국의 국제적 위상 강화에 기여하는 유용한 전략적 파트너가 될 수도 있다.

이런 브릭스의 부상이 제공하는 기회적 요인에 착목해 한국의 국익 증대와 외교적 지평 확대를 보장해주는 정치(精緻)한 브릭스 접근전략의 모색이 긴요하다. 다극화로 요약되는 국제질서의 변화를 민감하게 포착하는 가운데 남북한과 동북아의 범주를 넘어서는, 한ㆍ미동맹을 근간으로 하는 기존 외교 축을 보완하는 새로운 경로의 외교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홍완석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러시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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