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신화학 아카데미서 NSR 10일 단축 효과·군사·환경 리스크 입체 조명
네네츠 등 북극 소수민족 생존 철학 소개하며 개발과 공존의 조건 제시
포항문화재단이 지난 4일 개최한 2025 귀비고 신화학 아카데미 - 섭리의 신화학 강연에서 북극항로(NSR)의 전략적 가치와 그 주변에서 살아온 북극 소수민족의 현실이 입체적으로 조명됐다.
강연을 맡은 최우익 한국외대 러시아연구소장은 “북극항로는 세계경제의 새로운 대륙축이 될 수 있지만, 그 길은 이미 오랜 세월 누군가의 삶이 이어져온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 NSR은 기존 항로 대비 10일 단축… “수에즈 운하 의존도 낮아진다”
최 소장은 기존 유럽 항로와 NSR의 차이를 구체적 수치로 제시했다.
“수에즈 운하를 거치면 약 2만1천 km, 40일이 필요합니다.
북극항로는 약 1만5천 km, 30일이면 충분합니다.”
그는 NSR이 △운항일수 단축 △연료비 절약 △해적 리스크 회피 △북극권 에너지 운송 최적화 등에서 이미 실질적 전략 가치를 드러내고 있으며, 특히 한국이 개발한 쇄빙 기능과 LNG 운반 기능을 결합한 선박이 기존 ‘쇄빙선 + 상선’ 구조를 단일 선박 체계로 대체했다고 설명했다.
△환경·군사적 부담도 여전… “보호되던 북극이 개발 압력에 노출”
NSR은 여전히 7~10월만 독자적 운항이 가능한 계절 항로다.
나머지 기간에는 유빙·짙은 안개·폭풍 등 고위도 특유의 위험이 상존한다.
최 소장은 “북극은 그동안 인간 접근이 어려워 자연적으로 보호되던 영역이었으나, 교통량 증가로 오염과 사고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가 NSR을 자국의 ‘해안 내수(內水)’로 간주해 통행료 부과나 군사적 개입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점, 중국이 일대일로 전략에 ‘빙상 실크로드’를 편입해 북극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설명했다.
△ “북극은 비어 있는 땅이 아니다”… 북극권 9개 주, 7백만 명이 살아가는 공간
강연은 북극을 개발 전 단계의 황무지가 아닌 이미 생활과 이동, 전통이 존재하는 생활권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연방 85개 주 중 9개 주가 북극권(북위 66도 이상)에 속하며, 이 지역에는 약 700만 명이 거주한다. 그중 41개 소수민족 약 25만 명이 고유한 북극 문화권을 이루고 있다. 대표적 민족인 네네츠인은 야말반도 전역을 순록과 함께 이동하는 유목민으로 잘 알려져 있다.
△ 네네츠인의 생존 방식… 극한 자연을 다스리지 않고 ‘조율하는 삶’
최 소장은 네네츠인의 의식주가 극지환경을 ‘극복’하는 방식이 아니라, 수천 년에 걸쳐 자연의 리듬을 정교하게 읽고 조율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들의 방한복은 순록가죽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제작되어, 영하 40도 이하에서도 체온을 유지하는 생존 장비로 기능한다.
“식생활에서는 열을 가하지 않고 순록의 생고기를 바로 썰어 먹는데 이것은 불을 피울 수 없는 혹한의 환경에서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영양 공급원으로 쓰인다.”
또한 설치와 해체가 빠른 원뿔형 이동식 텐트는 유목 이동을 반복하는 삶에 최적화된 구조로, 강풍과 온도 변화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들의 삶은 자연을 정복하려는 방식이 아니라, 자연의 리듬을 존중하며 그 안에 자신을 맞추는 기술입니다.” 최 단장의 설명이다.
△북극민의 세계관… 순환적 시간과 생명적 자연관
강연은 이어 네네츠인의 세계관이 단순한 신앙이 아니라, 극지환경의 반복성과 생태적 제약 속에서 형성된 생존의 철학임을 강조했다.
네네츠인에게 시간은 직선처럼 앞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계절처럼 반복되는 순환 구조로 이해된다. 조상은 과거에 머물러 있는 존재가 아니라 미래 세대까지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함께 살아 있다고 여겨진다. 강과 돌, 동물 같은 자연의 모든 요소는 단순한 물질이 아니라 영혼을 지닌 생명적 존재로 받아들여지며, 인간은 땅을 지배하거나 소유하는 존재가 아니라 그 땅의 질서 속에 속해 있는 한 구성원으로 인식된다.
최 소장은 “이러한 사고방식은 혹한 환경에서 생존을 가능하게 한 가장 근본적 인식틀”이라고 설명했다.
△개발이 만든 ‘시간의 충돌’… 산업의 직선적 시간 vs 원주민의 순환적 시간
NSR 개발과 북극 자원개발은 네네츠인의 전통 이동 경로를 가로막고 있다. 기후변화로 영구동토층이 녹아 순록 이동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사례도 늘고 있다.
“산업의 시간은 빠르고 직선적으로 흐르지만, 북극 주민의 시간은 느리고 순환적입니다.두 시간의 충돌이 북극의 가장 큰 문제입니다.”
△ 공존의 조건… “지속가능한 개발은 사람을 포함해야 한다”
강연은 북극 개발이 단순한 경제 전략이 아니라 사람의 문제임을 강조하며 마무리됐다.
공존을 위한 조건으로△지역주민 참여 절차 보장△전통 생활 기반 유지△도시와 전통 영역을 오갈 수 있는 교육 시스템 구축 등이 제시됐다.
최 소장은 “북극항로는 세계경제의 미래가 될 수 있지만, 그 길 위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누군가의 삶이 존재해 왔다”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출처 : 경북일보(https://www.kyongbuk.co.kr/news/articleView.html?idxno=4058682)

